색소폰의 존재가치

차디찬 피부가 나의 손길로

어느새 따뜻한 생기가 도는 구나

서툰 손길, 술 냄새로 오장육부가 아파하면서

한 많은 소리를 내는 구나

백팔번뇌가 있으면서도 싫은 내색도 않고

기생의 노래보다 더 고운 소리를 내는 구나

억겁의 세월을 묻혀 지내다가

장인의 손길로 환생한 찬란한 소리

내손과 입김으로 고개를 내 밀고 있는

억겁의 소리를 들으니 행복하다

너의 존재의 가치를 뽐내며

온 세상에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너는 천사다

너의 존재가치는 시장의 값싼 콩나물의 교환가치 보다

거룩한 소리의 품격이 있다.

방황하는 이 땅의 중년들에게 삶의 나침판이 되어 주는

순결하고 고결한 처녀의 마음을 간직하고 있다.

삶이 찌들고 힘들어 할 때

천사의 포옹으로 세상은 무지개 색깔로 변한다.